긴급 자랑질. 덤으로 즐거운 회화의 시간.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0/09/28 11:47

일본식으로 怪하기 짝이 없는 디오니소스를 유안 님 덕에 잘 관람하고 '세계의 악의'라는 졸 편리한 개념을 만들어낸 쿠로다넘을 신나게 성토한 후 도스토예프스키는 취향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지난 세기 동안 묵혀둔 백치를 새삼 맹렬하게 읽어내려가고 있는 S입니다. 이유가 뭔지는 비아이 님께 물어보시고. 이게 다 신짱 때문이다. 하는 김에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도 주문했습니다. 이게 다 신짱 때문이라니까 (벌헉)
그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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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미술의 계절 : 오필리아.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0/09/27 22:29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오필리아(Ophelia), 1852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약속하셨죠,
부부가 되겠다고 약속하셨죠?'
이 같은 소녀의 말에 대해서,
'낮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껴안고 자고 나니 마음 변했네.'
남자는 이같이 대답했다네.

착란을 일으키고 광기에 사로잡힌 무수한 여인들의 원조이자 정점이자 상징. 모친의 '배신'으로 인해 여성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잃고 만 햄릿은 사랑하는 여자마저도 창녀로 몰았고 그 와중에 왕자의 광기는 그녀에게 옮겨붙었다. 한때 5월의 장미같이 화사하게 빛났던 소녀는 억압과 좌절과 비탄과 어쩌면 죄책감 속에 미쳐버렸으며 종국에는 그녀의 제정신과 함께 인어처럼 검은 물 속으로 하염없이 가라앉았다. 마치 자살이라도 하듯. 문학사를 통틀어 최고로 손꼽히는 시적인 죽음의 현장.
셰익스피어는 오필리아에게 운향꽃을 주었다. 운향꽃(rue)은 이름 그대로 후회의 의미를 담은 풀인 한편 그 어마어마한 유독성으로 인해 유산(流産)하는 데 흔히 쓰이던 허브라고 한다. 오필리아를 담은 무수한 작품 중 단연 최고봉으로 간주되는 밀레이의 그림에서, 그녀는 양팔을 벌리고 시선은 위를 향하고 있다. 성인과 순교자들이 흔히 취하는 자세인 동시에──에로틱한 함의를 품은 자세.

왠지 그림에서 꽃 같은 아가씨 대신 엉뚱한 놈이 보이더라도 신경 쓰지 마시라. 가을이 미술의 계절일 뿐이다.

알렉상드르 카바넬(Alexandre Cabanel), 오필리아(Ophelia), 188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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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어드메의 세계.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0/09/24 16:34

더블오가 씹어도 씹어도 시망스러워서 딴 짓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의 발단은 언제나 그렇듯 파트너님과 벗으려면 다 벗을 것이지 우째 버선만 남겨놓은 모 귀병대 총독의 외설스런 노출도를 몹시 성토하며 알몸을 단순한 나신이 아닌 성적 대상물로 인식하도록 몇 가지 액세서리를 첨부하는 포르노그라피의 기본적 비주얼 트릭에 대해 논하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니까, 이 악명 높은 광고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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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잉여짓 재개 - 뭐시기 부부 by maki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0/09/21 20:39

일단 회사일 고비는 넘겼고, 더블오 극장판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황망하고, 그간 원고 핑계로 포스팅을 거의 뚱기쳐 먹었으니 슬슬 재시동도 걸 겸 광속으로 은혼으로 도피했다. 도피가 되는지는 묻지 말라. 언제나 불타는 심장과 영감을 동시에 사정없이 팍팍 날려주시는 maki(사이트명 한중망유閑中忙有) 씨의 <뭐시기 부부(なんちゃって夫婦)>로 워밍업부터 하고 보자. 슬슬 모님의 리퀘스트도 해결해야 하고.

다카스기가 두리번거리고 있다.
글줄을 끼적거리던 즈라가 슬쩍 시선을 들어 신문을 스윽 디밀었다.

신문을 읽는 다카스기의 손가락이 더듬더듬 무언가를 찾고 있다.
즈라가 다시 고개를 들어 TV 리모콘을 건넸다.

다카스기가 TV를 보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
즈라가 이쪽을 향하자마자 다카스기가 무릎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즈라는 바지런히 귀이개를 끄집어낸다.

여기까지, 일련의 동작에 일절 대화 없음. 모든 것이 소름끼치게 자연스러움.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20년 같이 산 부붑니까 니네들은! 저리 가! 가 버려! 내 시야에서 사라져어어어어!!!!!」
「와, 와 이라노 킨토키! 와 뜽금없이 생지랄을 떠나! 봐라, 즈라도 다카스기도 놀랬다카이!」

왜냐고?!
원숭이가 털고르기하는 것도 아니고, 쬐깐한 애새끼 시절부터 저 꼴을 계속 계속 계에에에에에에에속 봐야 했던 내 심정도 좀 헤아려 보란 말이다!
대갈통이 텅텅 빈 니놈이야 어차피 말해줘도 모르겠지만!!

아무리 봐도 신짱의 베터하프는 즈라가 맞습니다. 자꾸 엄마와 딸(...)로 빠지려 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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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 (부제 : 나는 일하기 귀찮다)

너희가 막말을 아느냐 | 2010/09/17 23:20

어차피 요 정도 노출에 충격받을 순수한 영혼은 내 블로그엔 걸음하시지도 않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설명하자면 위의 사진은 엄연한 공익광고입니다. 아니, 진짜라니까. 농담 아니라고요. 이 오빠 못 믿는 겁니까. 십에 십 남자들의 끈적한 시선이 30초 이상 꽂힐 아슬아슬한 자리에 조그맣게 박힌 빨간 석 줄. This is not an invitation to rape me. 나를 강간하라고 당신을 유혹하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얼렁 꿈에서 깨라 이 십샤파한 샛기들아. 가히 예술적으로 그리고 명쾌하게 정곡을 찌르는 이 물건은 명칭부터 대놓고 싸울 태세인 Rape Crsis Scotland라는 단체가 제작한 광고다. 잉글랜드건 아일랜드건 스코틀랜드건 이래서 영연방은 안돼
저 지독하게 작은 글씨를 능히 알아볼 만큼 특정 부위를 뚫어져라 들여다본 당신은 마음도 양심도 다 썩은 겁니다. 더 노골적인 걸로는 무려 다리를 쩍 벌린 스트립걸 버전이나 흥정 중인 창녀 버전도 있지만 아무리 여기가 변태 블로그로서니 차마 바르지는 못하겠고(내가 나름 수줍은 처녀이기 때문이라 주장하면 코끝으로 비웃으실 분을 적어도 셋은 알고 있습죠) 갑자기 아닌 밤중에 웬 공익광고냐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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